인공지능(AI)은 더 이상 특정 산업에 국한된 기술이 아닙니다.
이제는 제조, 금융, 의료, 교육 등 전 산업을 관통하며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고도화된 AI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AI 반도체’가 있습니다. AI 모델이 복잡해질수록, 데이터를 처리하고 학습시키기 위한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곧 AI 반도체의 성능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새로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기술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세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바로 AI GPU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NVIDIA,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과 자본력을 갖춘 삼성전자, 그리고 CPU 시장의 강자에서 AI 반도체 영역까지 도전장을 던진 인텔입니다.
세 기업은 각기 다른 강점과 전략으로 AI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두고 맞붙고 있습니다. 누가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게 될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들 세 기업의 AI 반도체 전략을 비교 분석하며, 미래의 승자를 전망해 보겠습니다.
1. AI 반도체 1위 기업, NVIDIA의 독주
NVIDIA는 GPU(그래픽처리장치)의 대표 주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특히 OpenAI의 GPT 시리즈나 구글의 Bard, 메타의 LLaMA 등 거의 모든 초대형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NVIDIA의 GPU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H100, GH200, 그리고 B100까지: NVIDIA는 AI 학습용 고성능 칩(H100)을 선보인 데 이어 GH200 Grace Hopper 슈퍼칩을 출시하며 AI 전용 아키텍처까지 구축했습니다. 최근에는 차세대 ‘B100’ 칩의 출시도 예고되고 있어, 기술 우위는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CUDA 생태계의 압도적 영향력: 단순한 칩 성능을 넘어서, NVIDIA는 자사 GPU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생태계(CUDA)를 구축하여 개발자들을 묶어놓았습니다. 이는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진입장벽입니다.
데이터센터 중심 전략: 엔비디아는 AI용 GPU를 개인이 아닌 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시장에 공급하는 구조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NVIDIA가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반전의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2. 삼성의 반격: AI 반도체에서도 제조부터 팹리스까지?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팩트만 보면 조용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자체 AI 칩 설계 부문 모두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현재 TSMC에 이어 세계 2위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는, NVIDIA의 GPU 일부를 위탁 생산하고 있으며, 자체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통한 3nm 공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성능, 저전력 AI 칩 제조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AMD·인텔·구글과의 협업: 삼성은 이미 AMD의 GPU, 구글의 텐서 칩, 그리고 인텔의 CPU 일부를 생산하는 파트너로, AI 반도체 생태계 안에서 핵심 공급자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자체 AI 칩 설계 시도: 2024년부터는 '사피어랩스(Sapeon)'라는 자체 AI 칩 브랜드도 선보이며 팹리스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엣지 AI용 NPU(신경망처리장치)도 계속 개발 중입니다.
삼성전자는 아직 AI 반도체 성능 자체보다는 '누구의 AI 칩이든 만들 수 있는 공정 기술력'을 무기로 삼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설계-제조-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완전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다.
3. 인텔의 반격: CPU의 제왕, AI 전용 칩으로 재도약?
한때 CPU의 제왕으로 불리던 인텔은 AI 시대에서 다소 뒤처진 인상을 주었지만, 최근 몇 년간 대대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에 재도전하고 있습니다.
Gaudi 시리즈의 급부상: 인텔은 2019년 이스라엘의 하바나랩스를 인수한 이후 자체 AI 학습용 칩 'Gaudi'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Gaudi2는 이미 일부 벤치마크에서 NVIDIA H100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었고, 2024년에는 Gaudi3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AI PC 시장 선도: 인텔은 ‘AI PC’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고자, CPU에 통합된 NPU(Neural Processing Unit)를 탑재한 칩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AI 보급형 컴퓨팅 플랫폼의 역할을 하려는 전략입니다.
파운드리 사업의 부활: 최근에는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해 TSMC, 삼성과 경쟁하고 있으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투자 확대를 통해 ‘정치적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텔의 장점은 오랜 기술력과 인프라, 그리고 글로벌 클라이언트 네트워크입니다. 다만, 단기적인 AI 학습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속도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보가 관건입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기술, 생태계, 점유율 면에서는 단연 NVIDIA의 독주입니다. 하지만 삼성은 제조 인프라와 전방위 협업 전략, 인텔은 전통 강자의 부활과 AI PC 시장 개척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AI 모델이 경량화되고 엣지 디바이스로 이동하면 GPU 위주의 시장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누가 진정한 승자가 될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생태계를 통합하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